김성수
[프리즘] 기후변화와 인구감소에서 순환의 의미
전국적으로 폭설과 강추위로 언제 봄이 오나 싶었는데 어느 덧 입춘이 지났다. 날씨도 풀려 일교차는 있지만, 점심 먹고 산책 다닐 만하다. 예전에는 한반도 주위에 대륙성, 해양성 기압들이 대류하면서, 3한4온 같은 주기적인 온도변화를 보였겠지만, 요즘엔 일주일, 열흘 넘게도 한파가 몰아쳤다. 제트기류의 약화와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래도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봄이 찾아와 준다.
기후 이상이 빈번해지면서 더 이상 엘니뇨, 라니냐 같은 단어를 뉴스에서 뜸하지만, 한동안은 대입수능시험에서 다룬 적도 있었다. 수개월 동안 계속되는 엘니뇨, 라니냐는 태평양 수온 변화에 동반된 대기 순환에 의해 일어나는 기상 현상들로 이로 인한 폭우, 가뭄, 생태 교란 등 직접적 피해 외에도 세계곡물가격 포함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도 여파를 미쳤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에서는 잊히지 않는 IMF상황을 만든 97년 아시아 및 러시아의 금융위기를 들 수 있다. 해수면 온도 변화라는 피상적인 원인으로부터 예상되는 결과의 연결고리엔 고개가 갸우뚱할 수도 있다.
지난 6일 안타까운 뉴스가 전해졌다. 튀르키예, 시리아에서 7.8의 강진으로 2만명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정치적 관계를 넘어 인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진의 원인과 수습에 대해 대통령의 초기 발언에 문제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대체적으로 지표의 판(Plate)과 판의 경계지역에서 작은 지진들이 뜸했던 동안 응축되었던 에너지가 분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지진을 일으키는 판 아래엔 액체상 맨틀 대류(mantle convection)에 원인을 두는 해석도 있다. 앞서 기후 변화, 대지진의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은 지구의 바다, 지각, 대기에서의 순환에 의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전쟁 외 최초의 인구감소 국이자 고령 국가였던 일본을 제친, 초고령 국가다. 물론 고령화, 인구감소, 출산율 등 인구 지표뿐 아니라, 1인당국민소득, 평균임금 등의 경제지표에서도 일본을 추월했다. 21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출산율은 각각 0.8과 1.3이다. 우리나라의 2025년 출산율 전망치는 0.5라는 통계도 있다. 저출산 문제를 젊은 세대의 결혼관, 맞벌이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 육아에 대한 사회적 배려 등 다양하게 접근하기도 하고, 그 영향도 경제, 사회, 정치 등과의 복잡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 최고 난도 문제로 꼽힌다. 난이도 높은 문제에는 상식적인 접근해야 하지 않나 싶다. 앞선 지진이나 기후변화처럼 저출산, 인구감소도 결국은 순환의 문제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전국민의 반이 수도권에 모여있다. 진학 희망 대학은 인서울 여야 하고, 기업들도 인재를 구하러 수도권으로 옮기며, 균형을 위해 만든 행정수도 근무 공무원들은 월, 금엔 서울로 오고 가기 바쁘다. 집값도 서울에서 제일 먼저, 많이 오르고, 불경기엔 지방 집값이 먼저 떨어진다. 옛말에도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란다. 아마도 몽고(元)가 제주에 말목장을 세운 이후 일 테니 고려 이후에 생긴 말일 것이다. 고려, 조선 각 500년씩 대략 천년을 중앙집권으로 태평성대(?)를 누렸다. 그런데 문제는 초저출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살기 좋아 젊은이들이 모이는 서울의 출산율은 전국평균보다 훨씬 낮다. 중앙집권시스템엔 균형발전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의 순환은 들어 있지 않은 듯 하다. 최근 백년지대계 교육 부문의 부총리께서 지방국립대학의 시,도립대 전환을 전제로 5년 1000억지원을 발표했다. 지역대학 육성책이 중앙정부의 부담떨이로 보이는 건, 근시안적 효율 계산과 백년교육을 묶어놔서일까? 기후변화든 국가균형이든 원활한 순환이 아니고, 쌓이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돌이키지 못하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지난 컬럼에 이어 다시 한번 묻는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집중의 본질적 의미는 위정자가 아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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